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둬라


오늘은 도발적인 글 제목으로 시작했다. 이 말은 세스 고딘이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에서 말한 구절이다. 전후사정 살피지 않고 무조건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은 아니기에 큰 걱정은 하기말기를 바란다.


세스 고딘의 친구 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고딘은 오랜 친구인 짐을 만난다. 짐은 뉴욕에 있는 대기업에서 일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다. 나이는 50세이고, 그 자리에서 25년은 더 일할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점은 짐이 자기 일을 싫어한 다는 것이다. 그것에 그에게 심각한 상황이다.

고딘이 짐을 2년 전에 만났을 때와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짐은 그저 은퇴날의 여유를 기다리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남에게 끌려가듯 간신히 불행한 25년을 더 채워서 75세에 은퇴하고 나면 그는 과연 행복할까?

짐과 같은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다. 그런데 짐의 상황은 무척 좋은 편이다.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60세까지 한 직장에서 장기 근무하는 경우도 드물다. 어찌보면 짐의 직장은 신의 직장이다. 단 하나의 문제인 그 일이 싫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당신과 내가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회사라는 조직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안정감이다. 회사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정말 안전할까?

안전하지 못한 안정된 직업?


고딘은 스스로 일의 주체가 되지 못할 때 안정된 직업은 없다라고 충고한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한, 안정된 직업이란 없다. 또한 당신의 회사가 공개 기업인 한, 당신의 미래는 다른 사람들, 그것도 당신보다 덜 똑똑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남의 지시를 따르는 한,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 인생과 직업을 영위할 당신의 운명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고 남의 밑에서 일하는 한 안정된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주체가 내가 아닌 이상 나의 직업생명줄은 회사내 의사결정자의 손에 달려있다. 그들의 마음이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순간 나는 다른 회사를 기웃거려야 한다. 아찔한 순간이다. 생명줄을 담보로 매달 꼬박꼬박 약속한 급여가 통장에 찍힌다.

 

불황과 경제 위기의 순간이든 그렇지 않든 의사결정자의 말한마디면 내게는 메일이 한통 배달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언제 우리는 그런 처지에 처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그런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하는 실직의 한파는 매섭다. 살을 에이는 듯하다.

프랜차이즈도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남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반드시 회사에 고용된 직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몇 일전 프랜차이즈 업계의 횡포에 대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보도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하루에 3000명이 자영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창업자들이 쉽게 접근하는 자영업은 피자점등 유명 프랜차이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이른바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자영업은 말 그대로 스스로 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 그런데 나타나는 현상은 다르다.

"피자헛과는 다른 브랜드의 피자 가맹점을 운영했던 이상규(38, 가명)씨는 인테리어 비용부터 오븐 기계 등 9000만원을 투자했다가 4년 만에 5000만원 빚만 떠안았다. 문을 열었을 때 본사는 2년 동안 계약을 유지하다가 이후 1년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계약 갱신일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이씨는 잠을 설쳤다.  본사가 가맹점 계약서에 없던 기준을 제시하면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멀쩡한 간판을 갈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황당했다. 게다가 300만원이면 교체할 수 있는데 본사를 통해 800만원에 교체하라고 했을 때는 앞이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십 여년 전부터 있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해당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받았다. 그렇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업체가 처벌받는 것과는 무관하게 자영업 창업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을 모두 동원하고 부족하면 담보대출도 받는다. 위험한 일이다. 국내에서 숙박·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10명 중 7명(68.3%)은 5년 이내에 사업을 접는 것이 현실이다. 

잘못된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 있는 가맹점주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에 직면한다. 독립은 했으나 일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일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한 나의 생존권은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달려있다.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


스스로 일을 할 때 프랜차이즈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업은 반드시 큰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스 고딘 역시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나는 당신이 자기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하기를 바란다. 정말부탁이다.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뿐더러 무척 즐거울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남의 것을 빌릴 수도 있다. 다른 고장, 다른 나라, 다른 업계의 누군가가 하고 있는 일을 찾아내 보라.

일단 한 걸음을 내딛고 나면 최초의 아이디어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 현명한 사업가들은 애초의 사업 계획에 연연하지 않는다. 당신의 하루하루는 성공을 향해 다가갈 것이며, 계획을 변경하는 것 또한 계획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업을 할 때 우리는 아이템을 찾아 헤맨다. '어디 좋은 아이템 없나?'하며 귀가 여기저기 쫑긋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업이나 창업을 할 때 반드시 좋은 아이템이나, 아이디어 또는 큰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먼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즉시 행동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한 발자국을 떼는 것이다. 한 발자국씩 걷다 보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한 걸음의 기적이다. 오늘 하루 해야할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단지 그것을 하면 된다. 좋은 아이템을 찾아 다니다가는 세월만 허비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나빠서 망하면 어떻합니까?'
답은 있다. 망하지 않게 작게 시작하면 된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돈을 끌어서 무리하게 시작하니 망하는 것이다.
작게 시작하면 망하고 싶어도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걸음 씩 걸어나가면 길은 보이게 마련이다.

처음 했던 세스 고딘의 말을 다시 하고자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내게 강력한 충격파를 발사한다.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충격기다. 남의 밑에서 해왔던 일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리고 짐처럼 그 일이 싫다면 들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둬라(음, 사실 지금 당장 그만둘 필요는 없다. 그러기로 결정만 하면 된다. 기반 시설이 불필요한 경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베이도 그랬잖아?). 어리석고 위험천만하며 분별없는 일은 그만 하시길. 남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무언가를 구축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 아니 그런 생각과 결정이라도 하라. 그러면 한 발자국을 떼기 위한 준비는 끝난 것이다.


미생, 죽어라 일만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일에 매몰될 때 일은 나의 주인이 된다. 나는 일의 주인이 되어야한다. 일이 나의 주인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은 바쁘다. 더구나 첨단 산업이나 IT 관련 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시계는 너무 빠르다. 몇 달 만에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회사도 개인도 해당 업종에 기술을 빠른 시간내에 적용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빨리' 라는 상사와 조직의 업무지시는 나와 팀원들을 달리게 한다.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다시 뛴다. 수면 부족은 중요하지 않다고 서로를 격려한다. 건강을 챙긴다고 운동을 하는 시간은 사치다. 일은 나의 주인이 되고 우리의 주인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야근은 보편화 되어있다. 회사에서 사회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야근 없는 문화를 위해서 야근 없는 날을 만들지만 야근 없는 다음날은 야근을 하게 된다. 회사 조직내에 모든 사람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야근을 한다고 업무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는다. 물론 마감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야근을 포함해서 집중 근무를 해야하는 기간이 있다. 그렇지만 야근이 습관화되어서는 않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이라는 주인의 노예에 불과하다.



3시간 수면, 마틴 베레가드의 인생 터닝포인트


덴마크의 스타트업 사업가 마틴 베레가드도 일에 매몰된 뒤에 한 가지 사건으로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마틴은 그의 저서 '스마트한 성공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10년 전 맥킨지에서 일할 때 나는 본의 아니게 엄청난 도전에 참여하게 됐다. 바로 '사람이 3시간씩 자면서 얼마나 일할 수 있는가' 였다. 결론은? 15년처럼 느껴지는 15개월이었다 나에게 남은 건 점점 높아지는 회사의 기대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몸 뿐이었다.

물론 높은 연봉이 위로가 되긴 했다. 다른 부업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돈을 번다는 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출장 차 머문 호텔에서 복도를 걷다 쓰러져 잠들어 버린 날, 자부심은 날아가 버렸다. 그곳이 거리였다면 다음 날 응급실에서 눈을 떴거나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맥킨지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다. 딜로이트,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 업체들은 높은 연봉만큼 높은 업무 강도로도 유명하다.
마틴 베레가드는 맥킨지에서 15개월동안 높은 업무강도로 3시간씩 자면서 일을 하게 된다. 3시간씩 15개월이나 버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3시간씩 자면서 몇 개월만 일해도 몸의 여기저기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마틴은 몸이 피곤하고 삶이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은 높은 연봉이 상쇄해주었다.
그의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그에게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지만, 호텔 복도에서 쓰러지던 날 그는 깨닫았다. 일만하다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많이 번돈 써보지도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고 이 세상과 작별을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에게 밀려드는 일에 대한 깊은 회의는 삶의 성찰로 바뀌었다.
마틴은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그가 해오던 일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매 달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정기적인 급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일이 잘되지 않아서 재정적인 위험 가운데 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결정을 한다. 그가 맥킨지를 그만둔 결정적인 이유는 동종업계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임원들의 모습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그 사람들은 마틴이 자신의 열심을 극대화 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행복'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건 마틴에게 심각한 문제였다.

죽어라 일하라는 속임수에 속지마라. 다만, 자신이 믿는 대로 행하라.


그는 맥킨지를 그만두고 무리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덴마크 식품 기업인 마이어 그룹에 입사한다. 훨씬 덜 바빠 보이는 회사에 지원한 것이다.
마틴은 무리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억지로 견디며 일할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마틴은 일중독자가 많은 한국 사회에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린다.
"나는 누구나 삶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절대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장 효율적으로 이익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었다.




주 35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면서도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을 당연하게 지키며 자신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고 가족, 친구들과 틈틈이 세계를 여행을 하면서 인생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고, 수백만 심지어 추천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일이 중요한가 가정이 중요한가를 고민한다. 심지어 권위주의적인 상사는 업무지시를 하면서 일보다 가정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언젠가 직장 동료에게 상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직장 동료에게 장기간 해외 파견 근무를 가라는 상사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상황이 어려웠다. 동료의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으나 회사에서는 가족이 모두 함께 해외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료는 상사에게 이번에는 상황이 어려우니 다음번에 가면 안되겠냐고 상사에게 고충을 말했다.
직장 상사의 답은 간단했다. "애는 부인이 낳지 네가 낳냐?" 동료는 할 말을 잃었다.
물론 회사의 상황도 있다. 그렇지만 가정 생활이 무너진다면 회사 생활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하라고 이분법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구 시대적인 발상이다.
일과 가정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마틴의 말대로 죽도록 일하지 않고서도 행복과 성공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고 삶으로 실천하지 않아서 현실에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다.
깊이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길을 열린다.

일에 대해서 최선의 선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해야하는 일이 되면 일의 시너지는 극대화 된다.
'마음가는대로 해라'의 앤드류 매튜스는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데에 대해 이렇게 충고한다.

"인생의 목적은 문제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게 사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의 기회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데 있다. 사랑은 힘이다. 사랑을 가지고 일하면 모든 일이 '양질의 에너지'로 채워지면서 에너지가 돈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좌절과 고통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생, 일중독자가 되지 말라


한국 사회는 일중독 문화를 찬양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회사에서 밤새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쪽 잠을 자고 있는 직원은 회사 선배나 상사에게 칭찬을 받는다. 물론 회사 생활 중에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야근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야근이 매일 반복되거나 일주일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 생활 초년시절에 나는 한 가지 연구를 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회사내에서 일잘한다고 상사에게 인정받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회적으로 멘토링이 유행했던 때라 나의 롤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회사 내에 이른바 잘나간다는 선배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진행된 나만의 프로젝트에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사람의 유형을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유형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되었다.
첫번째는 진짜 일잘하는 사람이었고, 두번째는 관계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마지막 세번째는 집에 않가는 사람이었다.

첫번째 진짜 일잘하는 사람은 이른바 회사내에 1% 미만의 사람이었다. 일에 대해서 뛰어난 천재였다. 아니 영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할 일을 척척해내는 마법사였다. 일반적인 사람 같지 않았다. 너무 뛰어나서 나의 롤모델이 될 수 없었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수상한 선배


그런데 연구 중에 재미있었던 사실은 세번째 집에 않가는 사람이었다. 그냥 집에 않가는 정도가 아니라 일주일에 거의 매일 회사에서 초췌하게 야근을 한다. 어떨 때는 충혈된 눈으로 사무실 책상에서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을 맞이한다. 상사는 고생이 많다고 얼큰한 콩나물국을 사준다.

물론 회사내 프로젝트의 납기 일정이 지연될 위기에 있다면 야근을 해서라도 고객의 납기를 맞추는 것이 프로페셔널이다.
근데 문제는 바쁜 일이 다 끝났는데도 집에 가질 않는다. 결혼도 했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선배가 오늘도 야근을 한다고 하기에 무슨 일로 바쁘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A건으로 작업할 일이 많다고 한다. 그날은 나도 야근을 하는 날이기에 정말 뭐하나 유심히 살펴볼 요량이었다.


사무실에 직원이 하나 둘 퇴근하시 시작해서 넒은 사무실에 직원이 3~4명 정도 남았을 때 사무실 비품을 가지러 가는 도중에 선배의 자리를 지나쳤다.
열심히 작업할 일들이 많다던 직원의 노트북 화면은 한창 사회에서 유행하는 영화가 보였다. 선배는 이어폰을 꽂고 영화에 몰입 중이었다.

"오늘만 그런가?" 나는 여러 번 샘플링? 검사를 해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경우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나면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야근을 하고서도 회사의 야근 수당을 신청해서 언제나 월 야근 수당 총액이 팀내 1위가 되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영화를 보고 놀아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한다고 항변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매번 이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의 몸에도 무리가 가고 소중한 시간과 회사 자원에도 낭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야근하는 사람의 많은 경우는 상사의 업무스타일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상사가 오랫동안 익숙했던 야근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는 것을 죄악시하고 늦게까지 근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이건 한국 경제가 고속 경제성장 가운데 만들어낸 권위적 분위기의 병폐였다.


독일 직장인의 회사생활


얼마 전 독일 직장인의 하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독일 직장인의 경우에는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종료하고 바로 업무를 마쳤다. 그런데 독일 직장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업무시간내에 모든 업무를 마치려고 점심 시간에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샌드위치를 싸와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일에 집중한다.

기자가 물으니 자신은 업무시간내에 업무를 끝내기 위해서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점심은 샌드위치로 매일 간단히 때운다고 했다. 또한 혹 끝나지 못하는 업무는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서 자신이나 다른 근무자가 알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도 일반화되었다. 자신의 업무를 비밀처럼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식사하는데 모두 할애하는 것과 대비된다. 일단 점심시간 뿐아니라 다큐멘터리에 나온 독일 직장인은 업무시간내에 업무 몰입했다. 가령 밖에 나가서 잡담을 한다든지 업무 회의 핑계대고 커피마시러 가지 않는다.

우리는 설렁설렁 일할 때 그들은 최대한 몰입해서 업무시간내에 모든 것을 마치려 애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근무시간 비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것은 업무시간의 집중도 와도 관련이 있다.

일중독은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을 넘어트리고, 회사를 망하게 한다


37signals의 창립자인 제이슨 프라이드는 '똑바로 일하라'에서 일중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일중독자들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하다. 남들보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꼭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일중독은 득보다 실이 많다. 무엇보다도, 그런 식으로 일하면 몸이 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오히려 남들보다 더 적게 일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 역시 일이 많아서 한달 내내 야근한 적도 있다. 야근이 체질에 맞지 않아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도 일이 많을 때는 어쩔수 없이 야근을 했다. 그렇지만, 일이 없는데도 야근을 즐긴다면 이미 일중독자의 길을 가는건 아닐까?

사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일을 모두 처리해서 퇴근하고 싶지만 상사가 눈치를 주면 퇴근할 수 없다.
일중독을 직장 상사가 유도해서는 않된다. 유교 문화의 한국 사회는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 퇴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을 거두어야한다. 요즈음에는 물론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퇴근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것이 관례다.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이런 일중독자를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라 평가한다.
"일중독자들은 늦게까지 남아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죄책감을 심어주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 결과, 의자에 엉덩이만 붙이고 보자는 태도가 만연해진다. 사람들이 실제로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의무감 때문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만 하고 살면 올바른 판단력을 잃는다. .. 요컨대, 일중독자들의 실제 성과는 오히려 정상인들보다 못하다.
일중독자들은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세상을 구원하지 못한다. 단지 쓸데없이 자기 몸만 학대할 뿐이다. 진짜 영웅은 벌써 일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인생은 장기전인데 젊은 시절 자신의 몸을 모두 혹사하면 나중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일과 가정 생활은 균형있게 조화되어야 한다.

북유럽 스타트업 사업가 마틴 베레가드는 휴식과 성공을 이렇게 정의한다. "억울하겠지만, 잘 쉬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
일과 가정의 조화가 어렵다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궁하면 통한다. 쉼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잘 쉬는 사람이 가정과 사회에 꼭 필요한 생수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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