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죽어라 일만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일에 매몰될 때 일은 나의 주인이 된다. 나는 일의 주인이 되어야한다. 일이 나의 주인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은 바쁘다. 더구나 첨단 산업이나 IT 관련 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시계는 너무 빠르다. 몇 달 만에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회사도 개인도 해당 업종에 기술을 빠른 시간내에 적용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빨리' 라는 상사와 조직의 업무지시는 나와 팀원들을 달리게 한다.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다시 뛴다. 수면 부족은 중요하지 않다고 서로를 격려한다. 건강을 챙긴다고 운동을 하는 시간은 사치다. 일은 나의 주인이 되고 우리의 주인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야근은 보편화 되어있다. 회사에서 사회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야근 없는 문화를 위해서 야근 없는 날을 만들지만 야근 없는 다음날은 야근을 하게 된다. 회사 조직내에 모든 사람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야근을 한다고 업무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는다. 물론 마감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야근을 포함해서 집중 근무를 해야하는 기간이 있다. 그렇지만 야근이 습관화되어서는 않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이라는 주인의 노예에 불과하다.



3시간 수면, 마틴 베레가드의 인생 터닝포인트


덴마크의 스타트업 사업가 마틴 베레가드도 일에 매몰된 뒤에 한 가지 사건으로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마틴은 그의 저서 '스마트한 성공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10년 전 맥킨지에서 일할 때 나는 본의 아니게 엄청난 도전에 참여하게 됐다. 바로 '사람이 3시간씩 자면서 얼마나 일할 수 있는가' 였다. 결론은? 15년처럼 느껴지는 15개월이었다 나에게 남은 건 점점 높아지는 회사의 기대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몸 뿐이었다.

물론 높은 연봉이 위로가 되긴 했다. 다른 부업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돈을 번다는 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출장 차 머문 호텔에서 복도를 걷다 쓰러져 잠들어 버린 날, 자부심은 날아가 버렸다. 그곳이 거리였다면 다음 날 응급실에서 눈을 떴거나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맥킨지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다. 딜로이트,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 업체들은 높은 연봉만큼 높은 업무 강도로도 유명하다.
마틴 베레가드는 맥킨지에서 15개월동안 높은 업무강도로 3시간씩 자면서 일을 하게 된다. 3시간씩 15개월이나 버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3시간씩 자면서 몇 개월만 일해도 몸의 여기저기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마틴은 몸이 피곤하고 삶이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은 높은 연봉이 상쇄해주었다.
그의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그에게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지만, 호텔 복도에서 쓰러지던 날 그는 깨닫았다. 일만하다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많이 번돈 써보지도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고 이 세상과 작별을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에게 밀려드는 일에 대한 깊은 회의는 삶의 성찰로 바뀌었다.
마틴은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그가 해오던 일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매 달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정기적인 급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일이 잘되지 않아서 재정적인 위험 가운데 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결정을 한다. 그가 맥킨지를 그만둔 결정적인 이유는 동종업계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임원들의 모습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그 사람들은 마틴이 자신의 열심을 극대화 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행복'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건 마틴에게 심각한 문제였다.

죽어라 일하라는 속임수에 속지마라. 다만, 자신이 믿는 대로 행하라.


그는 맥킨지를 그만두고 무리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덴마크 식품 기업인 마이어 그룹에 입사한다. 훨씬 덜 바빠 보이는 회사에 지원한 것이다.
마틴은 무리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억지로 견디며 일할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마틴은 일중독자가 많은 한국 사회에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린다.
"나는 누구나 삶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절대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장 효율적으로 이익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었다.




주 35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면서도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을 당연하게 지키며 자신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고 가족, 친구들과 틈틈이 세계를 여행을 하면서 인생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고, 수백만 심지어 추천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일이 중요한가 가정이 중요한가를 고민한다. 심지어 권위주의적인 상사는 업무지시를 하면서 일보다 가정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언젠가 직장 동료에게 상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직장 동료에게 장기간 해외 파견 근무를 가라는 상사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상황이 어려웠다. 동료의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으나 회사에서는 가족이 모두 함께 해외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료는 상사에게 이번에는 상황이 어려우니 다음번에 가면 안되겠냐고 상사에게 고충을 말했다.
직장 상사의 답은 간단했다. "애는 부인이 낳지 네가 낳냐?" 동료는 할 말을 잃었다.
물론 회사의 상황도 있다. 그렇지만 가정 생활이 무너진다면 회사 생활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하라고 이분법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구 시대적인 발상이다.
일과 가정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마틴의 말대로 죽도록 일하지 않고서도 행복과 성공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고 삶으로 실천하지 않아서 현실에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다.
깊이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길을 열린다.

일에 대해서 최선의 선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해야하는 일이 되면 일의 시너지는 극대화 된다.
'마음가는대로 해라'의 앤드류 매튜스는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데에 대해 이렇게 충고한다.

"인생의 목적은 문제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게 사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의 기회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데 있다. 사랑은 힘이다. 사랑을 가지고 일하면 모든 일이 '양질의 에너지'로 채워지면서 에너지가 돈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좌절과 고통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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